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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퇴로가 없다”…영끌쪽, 폭등기도 폭락기도 ‘벼락거지’

조성신 기자
입력 : 
2023-01-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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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주담대 보유차주 분석 결과
주담대 차주 연봉 60% 이상 빚 갚는데 사용
돈 못갚자 ‘임의경매’ 신청 계속 늘어
영끌족 고통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한강 건너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파트값이 역대급 하락률을 기록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금리가 연 7% 후반에 육박하면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영끌(영혼 끌어모은 대출) 투자족들의 비명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집이 없는 사람들이 ‘벼락 거지’가 됐다면, 이제는 오히려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해서 ‘빚투’ 하던 이들이 ‘벼락 거지’가 되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담대 보유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 소득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은 올 3분기 기준 60.6%로 집계됐다. 2019년 1분기(60.2%) 이후 3년 6개월 만에 다시 60% 선을 돌파했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을 뜻하는 지표로, 주담대가 있는 대출 차주가 1년 소득의 60% 이상을 빚을 갚기 위해 쓰고 있단 의미다.

당초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등을 대상으로 했던 차주별 DSR 40% 규제(은행 기준)는 작년 7월 규제지역 시가 6억원 초과 주담대 및 1억원 초과 신용대출 등으로 확대(1단계)됐다. 올해 1월에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시(2단계), 다시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시(3단계)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2019년 1분기(60.2%)까지 60%가 넘었던 주담대 차주 평균 DSR은 2분기 58.9%로 떨어진 뒤 2020년 1분기에는 55.2%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3분기 57.1%에서 4분기 57.8%, 올해 1분기 58.7%, 2분기 59.4%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 올 3분기에는 60%를 넘어섰다.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 A씨를 예로 들면, 그는 DSR 40% 가까스로 맞춰 지난 5월 B은행에서 만기 30년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3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적용 금리는 신규 코픽스(1.84%)에 가산금리(2.16%)를 더한 연 4.0%였다. 이 조건이라면 매달 원리금상환액으로 167만원, 연 24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이후 6개월 동안 한은이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두 번을 포함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올리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달 15일 기준 신규코픽스가 6개월 변동 주기에 맞춰 기존의 1.84%에서 3.98%로 올라가면서 A씨의 주담대 금리는 6.14%로 뛴 것이다.

이로 인해 이달 15일부터 A씨의 원리금 상환액은 기존보다 45만원 증가한 212만원으로 5배 가까이 불어났다. 연 상환액은 2544만원으로 늘어나 DSR은 50%로 상승, A씨는 매달 소득의 절반이 주담대를 갚는 데 들어가게 됐다.

A씨처럼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이후 총 2.75%포인트나 증가한 3.25%로 오르는 동안 대출금리 역시 상승하면서 이들의 연체율 역시 다시 늘고 있다. 주담대 보유 차주의 연체율은 작년 3분기 0.27% 포인트에서 4분기 0.22% 포인트로 하락했지만, 올해 1~2분기 0.23%포인트에서 3분기 0.25%포인트로 소폭 증가했다.

주담대 신용대출 보유자 채무상환부담 한계 도달
시장 한파
서울 한강 잠실 선착장에 달리 고드름 뒤로 보이는 아파트들이 꽁꽁 언 부동산 시장을 보여주는듯 하다. [김호영 기자]

주담대와 신용대출 동시 보유 차주의 채무상환 부담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이 주담대와 신용대출 동시 보유 차주의 DSR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70%에 올라섰다. 이들 차주의 DSR은 작년 6월 말 64.6%에서 9월 말 65.1%, 12월 말 65.9%, 올해 3월 말 66.9%, 6월 말 67.7%, 9월 말 69.2%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반적으로 신용대출은 대출기간 중 분할상환되지 않고 만기에 일시 상환되는 점, 주담대를 갖고 있는 차주 중에서 임대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점, 금리상승 과정에서의 조기상환 등을 감안하면 실제 DSR은 이보다 낮은 수준일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통상 DSR이 올라갈수록 부채상환 능력에 문제가 발생해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DSR이 70%를 초과하는 경우 소득에서 최저 생계비를 제외했을 때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대출자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DSR 70% 초과와 90% 초과 등 높은 대출 비율(분기별 취급액 기준)이 각각 5%와 3%(시중은행)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해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여파로 이마저 제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채무자(차주)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저당권 등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담보 목적물을 경매로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는 임의경매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올해 1~11월까지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부동산은 1만3195건으로 작년 동기(1만1022건)보다 19.7%(2173건) 늘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대출자가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하면 차주의 상환능력과 매물 감정평가를 거쳐 경매 절차를 진행한다. 소송 등을 통해 이뤄지는 ‘강제경매’와 달리 근저당권을 설정해 진행하는 ‘임의경매’가 늘어났다는 것은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3개월 이상 빚을 갚지 못하는 집주인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전국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2772건으로 월간 기준으로 올해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의경매 건수는 9월 2196건, 10월 2514건으로 두 달 연속 증가해왔고 지난달 건수는 2개월 전인 9월과 비교하면 26.22%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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