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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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했던 임인년이 지나고 계묘년 새해가 시작된다. 풍요와 번영의 상징인 토끼해를 맞아 웅크렸던 재테크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로운 자산관리 전략은 무엇일까.

2022년 금융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환율, 금리, 물가가 급등하는 '3고' 시대를 보냈다. 2023년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확대되면서 채권시장의 리스크가 꿈틀거린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25%로 올렸고 긴축정책에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현재 4.25~4.50%인 기준금리를 연말 5.00~5.25% 선까지 올릴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에 나설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진 금융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래빗점프 재테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머니S는 새해를 맞아 은행 프라이빗뱅커(PB) 66명, 증권사 애널리스트·PB 53명 등 총 119명을 통해 계묘년 자산관리 전략을 알아봤다. 설문은 2022년 12월9일부터 16일까지 일주일간 온라인 조사로 진행했다.

암울한 대한민국 경제, 금융시장 변동성 심각

2023년 금융시장의 키워드는 '변동성'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악화에 위험회피 심리가 살아나면서 원/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예상된다. 채권시장은 회사채·기업어음(CP) 금리가 요동치고 글로별 경기둔화와 반도체 경기 위축 등 단기자금시장의 변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 변동성 확대… 전문가 119명

재테크 전문가 약 60%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구체적으론 ▲매우 심각(9명·7.56%) ▲심각(67명·56.30%) ▲보통(33명·27.73%) ▲적다(9명·7.56%) ▲매우적다(1명·0.84%) 등의 순이다.

국내 경제가 오랜 저성장 기조에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기존 2.1%에서 1.7%로 0.4%포인트 내려 잡은 것을 비롯해 국내 연구기관들은 2023년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예상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 1.8% ▲한국금융연구원 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 1.8% ▲한국경제연구원 1.9% 등 1%대 후반 성장을 예측했다. 연간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갈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0.8%) 이후 첫 사례가 된다. 국내 경제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순매도가 이어져 국내 주식시장의 지수를 끌어내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꼽은 계묘년 재테크 변수(복수응답)도 '경기침체 장기화'(85명·22.6%)가 가장 많았다. 용나원 신한은행 PWM목동센터 PB팀장은 "2022년 금융시장의 화두가 인플레이션이었다면 2023년은 경기침체가 본격 시작돼 위험자산의 인기가 식고 안전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1분기엔 대규모 은행채 만기가 도래,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1.25%p' 한·미 금리차 최대… 채권시장 긴장

전문가 50명 이상이 꼽은 변수는 ▲한·미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65명·17.3%)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국제시장 변화(55명·14.6%)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55명·14.6%) ▲부동산 파이낸셜 프로젝트(PF)부실(53명·14.1%)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금융과 통화, 재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있으나 여전히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판단이다.
금융 변동성 확대… 전문가 119명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2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인 1.25%포인트 벌어졌고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우려된다. 단기자금시장과 회사채 시장은 은행 예대율과 보험사 유동성 규제 등의 완화로 조금씩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탁규 IBK기업은행 동부이촌동WM센터 PB팀장은 "경기침체 우려에 채권금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상반기에는 채권자산을 80%, 주식 10%, 현금 10% 가져갈 것"이라면서도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채권은 장기채로 신중하게 분할 매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하락세와 맞물린 부동산PF 부실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할 경우 PF부실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2022년 6월 말 기준 은행·보험사·여신금융사·저축은행·증권사 등 국내 금융회사의 부동산PF 대출은 총 112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각종 개발사업을 기초자산으로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부동산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ABCP) 등 유동화자산을 포함하면 관련한 시장 규모는 150조원을 넘어선다.

우종윤 유안타증권 메가센터분당지점 PB팀장은 "건설경기의 침체가 비단 건설회사와 금융회사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일자리 감소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 하락에 따른 부동산 PF 디폴트 사태가 우려되기 때문에 특정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 시장중립적인 자세로 자산을 리밸런싱(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정아 하나은행 잠실리센츠센터 PB팀장은 "분산투자를 통해 변동성에서 헤지하는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며 "유동자산의 비중을 절반 가져가고 주식과 채권에 각각 30%, 20% 투자하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계묘년 자산관리 계획에 ▲원화 약세 외화자금 유출 등 외환시장 불안(22명·5.9%)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15명·4.0%) ▲한전채 구축현상 등 채권시장 경색(12명·3.2%)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세금정책(11명·2.9%) ▲코로나19 감염증 재확산(3명·0.8%)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기대수익률, 예금금리보다 1%p 높게

계묘년 재테크 래빗점프는 큰 도약이 아닌 점진적 도약을 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본격 금리 인상기에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 변동성 확대… 전문가 119명

전문가 10명 중 7명은 재테크 기대수익률을 ▲5%(29명·41.2%) ▲6% 이상(38명·31.9%)으로 잡을 것을 조언했다. 안정적인 금융상품인 예금 금리와 비슷하거나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조범진 메리츠증권 광화문센터 PB팀장은 "주식시장은 기업공개(IPO)를 연기했던 회사들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IPO 시장 위주로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면서도 "적극적 투자를 통해 수익을 키우는 것보다 손실을 줄이는 전략으로 수익률은 5%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동희 SC제일은행 PB팀장은 "긴축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함에 따라 채권상품의 수익 개선을 기대한다"며 "목표 수익률은 5%로 잡고 성장주와 가치주 등 투자상품을 균형감 있게 굴리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목표수익률을 6%를 추천한 전문가들도 자산관리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김현섭 국민은행 한남PB센터 센터장은 "우량채권과 자산배분형 EMP펀드 등에 적립식 투자하고 정기예금으로 현금성 자산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며 "가치주와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 등 BBIG 신규 투자 시 분산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 대상 전문가 중 4분의 1가량은 재테크 목표 수익률을 ▲4%(18명·15.1%) ▲3%이하(12명·10.1%) 등 예금금리보다 낮게 잡아야 한다는 답했다. 강승돈 교보증권 분당지점 PB팀장은 "점진적인 물가 안정으로 한은의 고금리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며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상품의 매매차익을 기대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