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유통되던 초고가 테이블웨어(식기류) 브랜드가 온라인 플랫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프리미엄 식재료와 함께 그릇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가방·의류·신발 등에 국한되던 명품 쇼핑이 그릇·침구·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백화점 매장보다 낫다, 매출 급상승
주부 강민영(38세·송파구)는 얼마 전 손님 상차림을 앞두고 새벽 배송 플랫폼에서 그릇을 샀다. 강씨는 “평소 사용하던 그릇 브랜드의 개수가 충분치 않아서 추가로 주문했다”며 “백화점에 갈 시간은 없고, 식재료를 사면서 함께 구매할 수 있어 편리했다”고 말했다.
최근 명품 식기를 새벽 배송 플랫폼에서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사진 로얄코펜하겐
최근 온라인 새벽 배송 플랫폼에 고가 리빙 브랜드의 입점이 활발하다. 주로 요리와 상차림을 즐기는 30~50대 여성 고객을 겨냥한다.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지난 9월 현대 식품관의 새벽 배송 서비스 ‘투홈’에 입점했다. 당시 총 4종의 제품만 판매했다가 반응이 좋아 지금은 10종으로 늘렸다. 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투홈 입점 이후 약 3개월 만에 매출 성장률이 50%를 기록했다”며 “10종 라인업으로 웬만한 오프라인 매장 못지않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집밥 수요 타고, 100만원대 컵도 팔려
온라인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최근 ‘지노리 1735’ ‘로젠탈’ ‘웨지우드’ ‘베르나르도’ 등의 명품 식기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모두 접시 한 개에 10만~30만원 정도의 고가 브랜드다.
기존 입점해 있는 고가 식기 브랜드의 매출 성장세도 상당하다. 프랑스 바카라의 100% 수제 크리스털 컵은 최고 10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도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프랑스 쿡웨어(조리도구) 브랜드 ‘르크루제’의 지난달 판매량도 지난해 동월 대비 3.8배 증가했다. 지난달 팝업(임시)으로 선보였던 에르메스의 접시·컵은 판매 이틀 만에 준비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명품 식기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사진 컬리
엔데믹에도 ‘럭셔리-테리어’
프리미엄 리빙 시장은 최근 명품 업계의 화두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젊은 세대가 명품 시장에 뛰어드는 ‘세대 확장’이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패션뿐만 아니라 리빙·라이프스타일 분야까지 명품을 찾는 ‘카테고리 확장’이 한창이다. 특히 온라인에서 고가 패션 제품을 사는 데에 대한 진입장벽이 사라지면서 식기나 조명 등 고가 리빙 제품의 온라인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올해 1~11월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리빙 부문의 거래액이 지난해 대비 156%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올해 상위 거래액 리빙 상품으로는 ‘에르메스 샹달 사각 접시’ ‘로얄알버트 커피잔’ 등이 올랐다. 리빙 부문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은 30대로 전체 이용객의 34%를 차지했다.
SNS를 통해 테이블 세팅, 인테리어 등의 사진을 올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식기, 소품 등 프리미엄 리빙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캐치패션
또 다른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프리미엄 리빙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4% 증가했다. 특히 ‘지노리1735’ ‘아니사 케르미쉬’ ‘포르나세티’ 등 프리미엄 식기·소품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
이우창 캐치패션 대표는 “‘럭셔리테리어(럭셔리+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온라인 명품 플랫폼의 리빙 카테고리 거래 규모가 느는 추세”라며 “가심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취향에 따라 프리미엄 집 꾸미기 아이템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