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파산 사태와 각 국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한파를 맞으면서 최근 신종 투자 자산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체불가토큰(NFT)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나타나고 있다. /뉴스1

6일 가상자산 전문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 기준 전세계 NFT 시가총액은 23억6503만달러로 한 달 만에 29% 감소했다. 같은 기간 NFT 거래량은 1억1300만달러, 거래건수는 15만4128건으로 각각 3.9%, 14% 줄었다.

최근 한 달 간 NFT 시장이 찬바람을 맞은 것은 지난달 FTX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면서 코인 뿐 아니라 가상자산 전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훼손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FTX는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담보로 돈을 빌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오다, 가상화폐 가격 하락과 함께 유동성 위기를 맞고 결국 파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TX가 무너지면서 이 회사가 투자했던 100개의 회사와 가상자산 프로젝트 역시 위기를 맞거나, 좌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면서 NFT 가격 뿐 아니라 NFT와 관련된 코인이나 주식의 가격도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NFT 관련 코인은 액시인피니티(AXS), 칠리즈(CHZ), 더샌드박스(SAND) 등이다. 이 회사들은 사명(社名)과 동일한 이름의 코인을 발행하는데, 이 코인들은 회사의 주력 사업에서 기축통화로 쓰이거나 블록체인 프로젝트 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액시인티니티는 NFT 기반 캐릭터 액시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메타버스(가상세계)가 주력 사업이다. 게임 이용자는 해당 게임을 통해 블록체인 거래 등을 할 수 있다. 칠리즈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핀테크 기업으로 FC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등 유럽 명문 축구 구단들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더샌드박스는 메타버스 내에서 사용자가 가상의 토지인 ‘랜드’를 소유하고, 직접 대체불가토큰(NFT)을 생성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NFT 시장이 된서리를 맞으면서 이 같은 코인들 역시 가치가 최대 45%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AXS는 한 달 전 1만6400원대에서 거래됐지만, 5일 기준 가격은 9084원으로 44.6% 하락했다. 칠리즈는 같은 기간 356원에서 217원으로, 더샌드박스의 코인도 1344원에서 767.3원으로 각각 39%, 42.9% 떨어졌다.

/코인마켓캡 공식 웹사이트 캡처

국내 NFT 기업들과 이들이 발행한 코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국내 NFT 기업인 메타콩즈가 발행한 MKC 코인은 한 달 전 가격이 53원이었지만, 현재 36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또다른 국내 업체인 모스랜드가 발행한 모스코인도 같은 기간 가격이 120원에서 88원으로 하락했다.

메타콩즈는 국내 NFT 프로젝트의 선두 주자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업체다. 이 회사가 발행한 코인은 최초 발행가 대비 100배가 넘는 수준까지 가격이 치솟기도 했다. 메타콩즈는 신세계, 더현대서울, 샌드박스 등 국내 유명 기업들과도 손을 잡고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모스랜드의 경우 더샌드박스와 같이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을 주력 사업으로 한다. 가상현실 속 세계를 구축해 토지를 분양하고 부동산을 사고 파는데, 역시 거래통화는 코인이다.

두 업체는 NFT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최근 경영권 분쟁까지 겪으면서 회사 가치와 발행 코인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의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NFT 가격과 판매는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많은 기업들이 NFT 사업에 뛰어들고 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이 길어질 경우 NFT 가격 약세와 거래량 감소세가 오랜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