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몸값 3분의 1 토막 난 '디홀릭커머스', 유니슨캐피탈이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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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파티 끝난 스타트업들 줄줄이 매물로
스타트업 업계 구조조정성 M&A 본격화
스타트업 업계 구조조정성 M&A 본격화

2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은 디홀릭커머스가 발행하는 신주 400억원을 사들여 지분 60%를 확보했다. 지분 100% 기준 기업가치는 600억원으로 2019년 마지막 투자유치 당시 1500억원에 비해 3분의 1 토막 났다. 거래 전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86.63%를 보유한 창업자 이동환 대표, 유진그룹-위벤처스 벤처조합 12.51% 등이었다. 거래 성사 후 이 대표와 위벤처스는 소액 주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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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디홀릭은 연간 온라인 거래액(GMV) 1100억원(2020년 기준)을 올리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말에는 유진그룹-위벤처스 투자조합으로부터 1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약 15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일본 교토 삿포로 후쿠오카 등 현지에 의류 매장 6곳과 화장품 편집매장 8곳을 여는 등 오프라인 시장 확대에도 나섰다.
하지만 성장 위주의 경영 전략은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디홀릭커머스의 매출은 2019년 592억원에서 2020년 114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93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0억원에서 35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7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을 통한 현금흐름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금리 여파로 투자 유치에도 실패하면서 더홀릭커머스는 자금난에 빠졌다. 올해초에는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무신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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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시기에 몸값이 치솟았다가 구조조정 매물로 시장에 나온 사례는 더홀릭커머스 뿐 아니다.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스타트업인 보맵은 GA(법인 보험 대리점) 업체인 에즈금융서비스에 최근 단돈 50억원에 팔렸다. 보맵은 2020년 ‘보장핏팅’과 ‘건강분석’ 솔루션을 출시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핵심 사업인 맞춤형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후 투자금 유치는 난항을 겪었다. 기업가치는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에 인정받은 630억원에 비해 12분의1 토막 났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물류업을 하는 유진그룹 자회사 유진소닉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 메시코리아는 올해초만 해도 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인 ‘유니콘’을 노쳤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6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메쉬코리아는 올해 초 OK캐피탈로부터 빌린 대출금 360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매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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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팔리는 스타트업은 운이 좋은 편이다. 사업 경쟁력을 잃으면 매각도 쉽지 않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대표적이다. 국내 OTT업계는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등이 시장을 과점해 왓챠는 설 자리가 좁아졌다. 올 여름부터 매각을 진행 중이다. 리디, 교보문고 등이 인수를 검토했지만 전부 무산됐다. 최근엔 유플러스가 인수를 위해 실사를 벌이고 있지만 거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며 “돈을 벌고 있거나 적자를 보더라도 사업성이 있으면 매각이라도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회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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