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운명의 D-데이]디파이 담보도?…'유통량 기준' 재정비 계기돼야

업비트 유의종목 사례 전수조사…유통량 '기준 문제' 제기돼
디파이 담보 물량, 유통량으로 간주…닥사 차원 기준 정비 필요

2021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유통량 관련 논란으로 업비트에서 유의종목 지정된 가상자산 리스트.
2021년부터 2022년 11월까지 유통량 관련 논란으로 업비트에서 유의종목 지정된 가상자산 리스트.

(서울=뉴스1) 박현영 박소은 기자 =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유의종목 지정 기간이 길어지면서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시각차가 있는 '유통량'의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믹스는 거래소에 보고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 간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때 어디까지를 유통량으로 간주해야 하는지 논란이 된 사례는 사실상 위믹스가 처음이다. 이번 위믹스 사태를 계기로 유통량 기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간 유통량으로 인해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들은 공시 없이 토큰을 새로 찍어내거나, 유통량의 절반가량을 락업 해제하는 등 오류의 정도가 수정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유통량' 관련 상장 폐지, 어떤 게 있었나

<뉴스1>은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지난 2018년부터 2022년 11월 현재까지 상장 폐지 혹은 유의종목 해제된 가상자산들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위믹스처럼 유통량으로 인해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사례로는 코스모코인(COSM), 피카(PICA), 픽셀(PXL), 무비블록(MBL) 등이 있었다.

그중 코스모코인, 피카, 픽셀 등은 공시 없이 토큰을 새로 찍어내거나 락업을 한 번에 풀어버린 경우로, 보고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가 매우 큰 수준이었다.

우선 코스모코인은 코스모체인의 가상자산으로, 코스모체인은 지난 2020년 스핀프로토콜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시 없이 토큰을 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코스모체인과 스핀프로토콜은 각각 자체 가상자산인 코즘(COSM)과 스핀(SPIN)을 발행한 프로젝트다. 이에 코스모체인은 기존 가상자산과 이름만 같은 새로운 가상자산 코즘(COZM)을 발행하고 기존 코즘과 스핀의 가치 비율을 산정해 투자자들에게 새 코즘을 배분하기로 했다.

이 때 배분 과정에서 코스모체인이 투자자들에게 공시 없이 기존 코즘 4억5000만개를 추가 발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기존 발행량의 30%를 훌쩍 웃도는 물량으로, 사안이 너무 중대해 곧 상장 폐지됐다.

피카도 비슷한 경우다. 피카는 기존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아닌 바이낸스스마트체인을 기반으로 5억개 물량을 새로 발행했다. 새로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토큰을 발행하려면 기존 블록체인 상 토큰은 소각해야 하는데, 피카는 특별한 소각 절차 없이 토큰을 발행해 유통시켰다. 새로 5억개를 찍어낸 셈이다.

거래소에 보고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가 매우 큰 사례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업비트가 밝힌 바에 따르면 피카는 상장 심사 당시 제출한 유통 계획의 2.7배에 달하는 물량을 유통시켰다. 이 과정에서 공시는 없었다. 이에 업비트는 사안이 매우 치명적이라고 판단하고, 곧바로 상장 폐지했다.

픽셀은 픽션네트워크의 가상자산으로, 보고한 유통량 외 나머지 물량의 락업을 한 번에 풀어버렸다. 물론 공시는 따로 하지 않았다.

당초 발표한 유통량은 전체 발행량의 56.46%였지만, 픽션네트워크는 중국계 크립토 펀드에 나머지 잔여 물량인 43.64%를 넘기면서 락업을 풀어버렸다. 락업이 풀린 물량은 유통량에 포함돼야 하지만 반영되지 않았고, 업비트는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유통량으로 풀면서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다.

위 세 사례는 모두 보고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 오류를 수정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상장 폐지된 3개 가상자산과 달리, 유의종목에서 해제된 무비블록(MBL)의 경우 오류의 수준이 적은 편이었다.

무비블록은 올해 6월 담당 팀원의 실수로 토큰 6만개를 기존 락업 해제 일정보다 일찍 유통시켰다. 다만 2022년 2분기 기준 무비블록(MBL) 총 유통량은 약 148억6349만개로, 일찍 유통시킨 물량의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이에 무비블록은 일정보다 일찍 풀린 토큰을 다시 사들여 락업시켰다. 오류를 수정할 수 있었던 경우다.

◇위믹스, 디파이 담보 물량 유통량으로 간주…기준 정비해야

위믹스 역시 무비블록처럼 오류를 수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에 소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단, 위믹스가 무비블록과 다른 점은 어디까지를 유통량으로 볼 것인지 문제가 됐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실제 시장에 풀린 토큰을 유통량으로 간주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풀린 물량을 유통량으로 보기 때문에 유통량의 기준이 문제되지는 않았다.

반면 위믹스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에 담보로 잡힌 위믹스까지 유통량으로 간주돼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디파이 서비스 코코아파이낸스에 담보로 잡혀있었던 위믹스는 총 3580만개다. 위메이드는 코코아파이낸스에서 빌린 스테이블코인을 전액 상환하고, 청산 대비용으로 마련해뒀던 위믹스까지 환수함으로써 총 6341만개 위믹스를 다시 준비금으로 환수했다. 6000만개 이상의 위믹스가 보고한 유통량에서 배제돼 있었던 것이다.

이는 기존 유통량이었던 3억1842만개의 약 20%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무비블록에 비해 보고한 유통량과 실제 유통량의 차이가 큰 편이었다. 단, 시장에 실제로 풀린 토큰이 아닌 디파이에 담보로 잡힌 토큰까지 유통량으로 봤다는 점이 다르다. 유통량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위믹스 사례를 참고, 디파이에 담보로 잡힌 물량도 유통량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닥사 차원에서 이 같은 기준을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유통량 관리주체, 즉 프로젝트팀이나 수탁업체에서 온전하게 보유한 물량을 미유통량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온전한 보유란 전적인 통제권(개인키)을 가지고 있고, 외력에 의해 토큰의 이동이나 매매나 사용이 불가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디파이에 담보로 잡힌 물량은 '온전한 보유'가 아니다. 담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 청산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담보 대출도 청산 위험 때문에 온전한 보유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통량 정보를 보여주는 가상자산 데이터 사이트 코인마켓캡은 미유통량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미유통량은 팀이나 프라이빗 투자자에게 배분돼 스마트컨트랙트 상에 완전히 락업되고, 시장에 팔릴 수 없는 물량을 뜻한다. △프라이빗 세일 물량 △생태계 지원 및 마케팅(판촉), 에어드랍 등 물량 △노드에 의해 스테이킹된 물량 △팀이나 재단이 보유한 준비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유통량에 속하는 셈이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디파이에 유동성 공급 목적으로 예치되는 토큰이나, 담보용으로 예치되는 토큰은 모두 유통량이다.

이와 관련해 닥사 관계자는 "현재 닥사는 상장지원팀 이야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는 중"이라며 "관련한 회의록을 기록 중인만큼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메이드는 미유통량을 모두 수탁 업체에 맡김으로써 유통량 오류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위믹스를 쓰려면 수탁 업체에서 빼야만 쓸 수 있도록 자체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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