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휴가도 즐기는 워케이션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워케이션을 선호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최근에는 대기업도 비슷한 업무 방식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 집토스, 오누이, 엘핀, 월림 등 여러 스타트업 직원들이 이곳을 다녀갔다. 이들은 업무 시간 외에는 숙소에서 제공한 여가 활동을 즐겼다. 요가, 핸드드립 커피 만들기 등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교육 스타트업 한달어스 등 몇몇 스타트업은 서핑 등 야외 활동도 했다.
양양 지역 호텔과 펜션에도 워케이션을 하려는 직장인이 몰리고 있다. 더앤리조트, 슬로스킵 등 일부 리조트는 별도의 사무공간을 만들었다. 앞서 양양군청은 지난달까지 6주간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양양군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서울에서 빠르면 1시간30분이면 올 수 있다”며 “일하면서 서핑, 요트 등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어 워케이션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고 인기 관광지 중 하나인 제주에도 워케이션 직장인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제주에서 워케이션 공간을 운영하는 여가 활동 플랫폼업체 프렌트립의 임수열 대표는 “‘제주마을 할머니가 내려주는 차 마시기’ ‘의귀리에서 바다를 보며 승마하기’ 등 제주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장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시영 자비스앤빌런즈 프로덕트매니저(PM)는 6월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에서 워케이션을 보냈다. 그는 “이전 유럽 여행에서 알게 된 파리의 노부부를 다시 만나 호떡을 만들어 먹었다”며 “워케이션이 아니면 일하면서 유럽에서 한 달 살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레저 스타트업 야놀자는 워케이션을 간 직원이 작년에는 60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100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여행 플랫폼업체 마이리얼트립은 1년 내내 워케이션을 할 수 있는 근무 제도를 이달 전격 도입했다. 매년 여행비 150만원도 지원한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직원들이 여행을 통해 더 많은 즐거움을 느끼고 더 넓은 세상에서의 경험으로 크게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대기업에서도 워케이션이 확산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매주 10명의 직원을 선정해 강원 춘천에서 최대 4박5일의 원격 근무를 지원한다. 일본 도쿄에서의 워케이션도 지원할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 직원은 한국과 시차가 4시간 이내인 국가라면 어디서든 근무할 수 있다. 해외 체류 가능 기간은 최장 90일이다. 롯데멤버스, CJ ENM, 한화생명 등도 제주 부산 양양 등에서 워케이션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워케이션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올초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워케이션이 재택근무보다 업무 집중도와 효율성이 높다고 응답한 비율이 95%에 달했다. 워케이션을 다녀온 라인플러스의 한 직원은 “휴가를 다녀오면 밀린 업무 때문에 ‘월요병’에 걸렸는데 워케이션은 업무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재충전 효과도 컸다”고 말했다.
워케이션을 도입·확대하는 기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워케이션은 회사가 큰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지 않아도 직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김주완/이시은/방준식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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