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낮아지는 내년 성장률 전망…정부·한은도 낮출까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주요 기관들이 연이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다. 올해 '1%대 성장'보다는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대내외 변수가 악화되면 '2년 연속' 1%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지난 9일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보다 0.1%포인트(p) 내렸다. KDI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라 경기회복세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고 봤다.

이에 앞서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6일 '2024년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1%로 제시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지난달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제시한 바 있다.

해외에서도 우리 경제가 내년 2% 턱걸이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골드만삭스·JP모건·노무라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제시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10월 말 기준 2%로 집계됐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달 세계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하며 기존 2.4%에서 0.2%포인트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한은이 내놓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정부는 다음달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각각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기존 정부와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2.4%, 2.2%)가 앞서 발표된 주요 기관 전망보다 높은 만큼 정부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지금의 고금리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단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하이어 포 롱거(Higher for longer·고금리 장기화)'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내적으로도 예상 밖 물가 고공행진에 따라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 아래 일시적 경기부양을 위한 확장재정은 없다고 선을 그은 가운데 민간소비마저 고물가로 위축되면서 내년 경제 상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도 주요 변수다. 아직까진 국제유가가 우려할 만큼 급등하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이란 참전 등 분쟁이 확전하고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일 '한은-대한상공회의소 공동세미나'에서 "내년 경제를 예측할 때 유가 84달러를 (가정치로) 했기 때문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가 90달러 이상으로만 변해도 저희의 에측을 많이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