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놀러 온 외국인들 백화점부터 찾는다

입력:2025-02-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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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필수코스 된 K백화점

한국 백화점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놀이공간으로서 백화점이 개념을 새롭게 하면서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와 잔디광장을 인프라를 바탕으로 잠실 롯데백화점 롯데월드몰은 대형 캐릭터 벌룬 설치로 외국인 관광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롯데물산 제공

한국 백화점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관광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롯데월드몰, 더현대 서울 등 대표 점포들은 랜드마크로 입지를 굳히며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까지 끌어모으는 중이다. 백화점업계는 나열식 매장 중심이었던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나 식도락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제는 놀이 공간으로서 개념이 더 강해진 백화점이 관광명소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더현대 서울, 156개국에서 찾았다

더현대 서울은 사운드포레스트에서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진행해 고유의 강점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더현대서울 제공

9일 더현대 서울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더현대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의 국가는 156개국이었다. 택스 리펀드(Tax refund·세금 환급)기준 2021년 40개국이었던 외국인 방문객 국적은 2022년 82개국, 2023년 125개국, 지난해 156개국으로 크게 늘었다. 출점 3년 만에 방문 외국인의 국가 수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중국과 미국, 유럽 관광객 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 카자흐스탄, 튀니지 등 다양한 국가에서 찾았다.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2023년 2월 기준 3.8%였던 외국인 매출 비중은 지난해 2월 기준 14.6%까지 껑충 뛰었다.


더현대 서울의 강점은 다양한 K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팝업스토어에 있다. 여기에 또 지난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촬영 장소였던 5층 사운드포레스트가 인증샷 명소로 떠올랐다.

이에 발맞춰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 서비스를 확대 도입한다. 1층 투어리스트 데스크에서는 무료 캐리어 보관 서비스를 상시 운영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이 상주해 있다.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길 찾기 서비스도 도입했다. 한국어와 영어를 우선 제공하고, 사용 가능한 언어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인증샷’ 명소의 원조, 롯데월드몰

잠실 롯데백화점 롯데월드몰도 빼놓을 수 없는 랜드마크이자 관광코스다. 롯데월드몰의 강점은 1000평 규모의 잔디광장과 주변의 석촌호수라는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잔디광장과 석촌호수에 설치되는 대규모 캐릭터 벌룬은 롯데월드몰점의 시그니처 이벤트다. 롯데월드몰은 2014년 ‘러버덕’을 시작으로 ‘슈퍼문’, ‘스위트 스완’, ‘루나 프로젝트’ 등 서울시와 다양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인증샷 명소의 원조 격이다. 지난해 9월에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 팝아티스트 필립 콜버트와 7번째 공공미술 프로젝트 ‘랍스터 원더랜드’를 진행했다. 석촌호수와 잔디광장에 16m 높이의 대형 랍스터 벌룬을 띄워 외국인 관광객의 이목을 끌었다.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는 특히 명품 브랜드 팝업의 성지로도 불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잠실점과 본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 대비 40% 신장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85% 증가한 수치다. 또 코로나 이전에는 중국과 일본 관광객 매출이 전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의 90%를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개별 여행객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미국과 유럽, 동남아, 중동 등에서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매출 구성비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각각 3~5배씩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도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이를 위한 편의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잠실점에는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독일어 태국어 등 13개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해주는 ‘AI 통역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유통업계 최초기도 하다.

‘K푸드’의 성지, 신세계 강남

식품관을 강화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K-푸드'의 성지로 입소문을 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매출 1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외국인 매출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와 미식 큐레이팅 공간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힘을 입은 것이다. 강남점은 국내 20~30대 소비자는 물론 K-푸드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됐다. 강남점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287%나 성장했다. 본점의 외국인 매출도 전년 대비 40%대 넘게 늘었다. 강남점은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인 만9834㎡(6000평)의 식품 전문관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미식을 아우르는 ‘미식의 신세계’가 목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외국인 대상 다양한 쇼핑 편의와 혜택을 제공하며 글로벌 고객 잡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르메르’ ‘아미’ 등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30개와 공동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또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유니온페이와 협업해 중화권 고객에 대한 결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통역 서비스 등 쇼핑 편의를 위한 서비스들을 마련한다. 세금 환급 절차도 간소화한다. 본점에서는 현재 운영 중인 인공지능(AI) 통·번역 시스템을 개선한다. 지금은 고객이 본인의 언어를 먼저 선택한 뒤 말이나 메시지로 문의하는 방식인데, 올해 안에 고객이 말하거나 타이핑한 언어를 자동으로 감지해 안내하는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본점은 현재 지하 1층에서 운영 중인 캐리어 보관 서비스를 13층 외국인 데스크로 확대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이처럼 백화점들은 앞다퉈 통역, 캐리어 보관 등 편의 서비스들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관광명소 가운데서 관광객들이 다른 곳이 아닌 백화점을 선택하게 만드는 건 건 해당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고유한 콘텐츠를 가졌는지다.

업계 관계자는 “그곳에 가면 어떤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느냐, 즐거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가 결국에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열심히 마케팅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끌어올 수 있는 때는 지났다는 판단이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입소문을 통해 관광지를 찾는 패턴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 관계자는 “올해도 아이돌, 한국 영화 등 K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여러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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