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엔씨·크래프톤, AI·딥러닝 연구개발 박차
게임 내 생성형 AI 도입으로 다양한 콘텐츠 확보
개발 생산성향상 및 비용절감 등 업계현안 해결
주요 게임사들이 지난 3분기 누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R&D(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은 올 들어 생성형 인공지능(AI)를 비롯한 AI·딥러닝 연구에 주력했다. '생성형 AI'란 대화, 이미지, 동영상 등 새로운 콘텐츠와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인공지능의 일종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8대 게임사의 3분기 합산 누적 연구개발비는 1조5003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146억원) 대비 7.1% 감소했다.
넷마블은 연구개발에 5174억원을 투입하며 선두를 유지했다. 현재 얼리액세스 중인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의 글로벌 출시를 비롯해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레이븐2'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모두의마블2(한국)' 등 신작 6종과 함께 중국 출시작인 △제2의 나라: Cross Worlds 등 총 7종의 작품을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최근 생성형 AI의 높은 성능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고퀄리티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생성형 AI를 연구개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3471억원을 지출하며 2위를 지켰다.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바르코 스튜디오'를 내년 상반기 외부에 서비스할 계획이다. 바르코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주요 지식재산권(IP)의 시나리오와 세계관, 캐릭터 등 다양한 설정을 창작·관리할 수 있으며, 캐릭터 의상이나 배경 같은 이미지도 실무에서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제작 가능하다.
엔씨소프트 측은 "스토리와 그래픽, 음악 등 게임관련 응용기술 개발을 비롯해 새로운 하드웨어 및 인프라 변화 등에 따른 기반기술 확보에도 지속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은 연구개발비로 2692억원을 집행하며 3위를 기록했다. 딥러닝 본부를 중심으로 게임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게임성을 발굴하기 위한 AI·딥러닝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언어모델·챗봇 △이미지 생성 △강화학습 △3D아바타 생성·애니메이션 등 핵심 기술을 연구 중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올해 AI분야 최고 권위 학회인 뉴립스(NeurlPS)에 5편의 논문이 채택되는 등 수준급의 결과를 선보이고 있다. 내년을 목표로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는 가상의 AI 친구 혹은 '버추얼 게임 프렌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컴투스는 지난해 898억원에서 올해 1026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4위로 올라섰다.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스마트폰 3D 렌더링 그래픽스 엔진 고도화 연구개발', '웹 플랫폼에서 실시간 통신이 가능한 게임서버 기술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컴투스 관계자는 "연구개발비용은 기존 게임 사업의 지속적인 안정화와 고도화는 물론, 신규 게임 및 사업 추진을 위한 다양한 연구 및 개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펄어비스는 1005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36%에서 40%로 확대되며 8대 게임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현재 콘솔·PC 신작 '붉은 사막'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붉은 사막은 펄어비스가 자체 개발한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되고 있다.
블랙스페이스 엔진은 질감 표현이나 광원 효과 등 그래픽 퀄리티를 높은 수준으로 구현할 수 있는 게임엔진이다. 상용엔진에 비해 그래픽 업그레이드 한계에서 보다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펄어비스는 유니티엔진이나 언리얼엔진이 아닌 자체 게임엔진을 보유해 업계에서 개발력을 인정받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9.5% 늘어난 941억원을 투자했다. 회사 관계자는 "PC 온라인 및 모바일 등 게임 개발 및 퍼블리셔로서, 게임 개발과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서버 및 클라이언트 환경 구축에 관한 연구 개발, 캐릭터 디자인의 다양화, 고품질의 그래픽 리소스 게임 적용을 위한 관련 기술 개발, 최적화된 서버 개발을 통해 데이터로딩 처리 지연 개선 등을 지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위메이드는 2.5% 증가한 402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집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게임 및 블록체인에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술 개발을 통해 더욱 이용자 친화적인 게임 및 블록체인 서비스를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블유게임즈는 지난해 240억원에서 올해 293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경상연구개발비의 변동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게임 개발과 관련한 인건비로써 당사는 내부적으로 기존 게임 외에 빙고, 매치3퍼즐 등의 캐주얼 신작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기술은 △게임 내 도입 시 컨텐츠 확보 △개발생산성 향상 △개발비용 절감에 도움 될 것이라는 게 증권사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중국 넷이즈가 개발한 모바일 오픈월드 MMORPG '역수한(Justice Online)'은 게임 내 생성 AI를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역수한-GPT'가 적용된 NPC(non-player character)는 이용자와의 대화를 기억하고 NPC끼리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등 실제 사람처럼 행동한다.
넷이즈에 따르면 이용자가 채팅창에 입력한 말이 마을 내 NPC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며 NPC들이 집단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NPC가 이용자의 공격을 받고 황급히 도망가기도 하며, 이용자가 NPC에 신고당해 추방당하는 사례도 있다.
통상 NPC의 쓰임새가 '설명' 혹은 '퀘스트 제시 및 보상'에 국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성형 AI 도입으로 보다 다양한 콘텐츠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임희석 연구원은 "생성형 AI를 적용해 세계관 자체를 이용자가 함께 만들고 모험을 진행하는 게임이 등장했다"며 "생성형 AI 도입은 퍼즐과 로그라이크 장르 등 스테이지형 게임의 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고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재미가 극대화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캐릭터 외주 비용이 기존 8000위안에서 현재 2000위안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생성형 AI 도입을 통한 생산성 혁신으로 개발 비용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개발자 임금의 급격한 상승기는 일단락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단순 코딩 작업 및 리소스 수급을 AI가 대체하기 시작하며 고급 개발 인력에 대해서만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성형 AI 도입은 중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사 a16z가 발간한 '2023 서베이(Survey)'에 따르면, 243개 스튜디오 중 87%가 AI를 이미 사용하고, 99%는 앞으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블리자드는 게임 내 아트 에셋을 빠르게 생성해주는 AI인 'Blizzard Diffusion'을 특허받은 바 있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게임 산업에서의 AI 활용은 신작 관련 업무 생산성 향상과 게임 퀄리티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세일보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8대 게임사를 대상으로 지난 3분기 연결재무제표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분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