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세계 최초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출시한다고 21일 밝혔다. 20일 오후 진행된 기자설명회를 통해 최종보 LG유플러스 유선통신융합사업팀장이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2022.4.20/뉴스1 © News1 이기범 기자

LG유플러스가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고 21일 밝혔다. 양자내성암호는 기존 보안 체계를 무력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양자컴퓨터를 통한 해킹 위협에 대비한 암호 기술로, 이동통신 3사 중 양자내성암호가 적용된 통신 회선 서비스를 출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컴퓨터 해킹 위협에 대비한 '양자내성암호' 기술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는 현존 슈퍼컴퓨터보다 연산 속도가 이론상 1000만배 빠른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공격에 대해 안전한 내성을 갖는 암호 기술이다. LG유플러스는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는 데 수조년 걸리는 복잡한 수학적 알고리즘에 기반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이번 전용회선 서비스는 양자내성암호 기술이 적용된 광전송장비(ROADM)를 통해 해킹이 불가능한 보안 환경을 제공한다. 기업 고객이 전용회선을 통해 데이터를 송·수신할 때 양자내성암호 키(key)로 암·복화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서비스 출시를 위해 서울대 산업수학센터장인 천정희 수리과학부 교수가 설립한 암호기술기업 '크립토랩', 국내 최대 광전송장비업체 '코위버'와 함께 2019년부터 2년여간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또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한 '디지털 뉴딜'의 일환인 '양자암호통신 시범인프라 구축·운영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전용회선을 비롯해 안면인식 출입보안, 티켓 예매 인증 등 응용 서비스까지 산업, 의료, 발전소, 공공기관 등에서 실증을 마쳤다. 2021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양자내성암호 전용회선의 성능을 검증했다.

(왼쪽부터) 최택진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과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가 지분투자 계약 체결식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통신 3사, 양자암호통신 시장 놓고 각축전

현재 통신 3사는 양자암호통신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양자암호를 3대 넥스트 빅테크 중 하나로 꼽으며 지난 2018년 인수한 양자암호 기술 기업 'IDQ'에 기반해 글로벌 1위 양자암호 사업자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T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의 표준화 작업에 나서며 글로벌 진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군, 지자체, 병원 등 각종 분야에서 양자암호통신 관련 사업을 수주했으며, 2024년까지 기술 인증을 완료하고 정부 망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상반기 중 LG유플러스와 마찬가지로 양자암호 전용회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통신 3사는 각각 다른 방식의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양자암호키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방식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QKD는 양자 특성을 접목한 별도 장비를 통해 제3자가 암호키 탈취를 시도할 경우 이를 감지하고, 탈취하려는 데이터를 변형해 해킹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기술이다. PQC의 경우 양자컴퓨터가 암호 해독이 어려운 수학적 알고리즘에 기반한다. 해독에 걸리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기술인 셈이다.

이에 대해 진재환 LG유플러스 유선망개발팀장은 "양자암호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술적 차이보다 고객에게 어떤 보안을 어떻게 잘 해줄 거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자내성암호는 고객이 가장 싸게, 안전하게 서비스받을 수 있다는 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경쟁사 장비의 경우 물리적 특성 고려한 기술이다 보니 외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보 LG유플러스 유선통신융합사업팀장은 "경제성 측면에서 별도 장비나 코어가 따로 구성되는 게 아니고 고객이 기존에 사용했던 환경 그대로 유지하고,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추가되는 부분이 없어서 경제적으로도 훨씬 경쟁력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양자내성암호(PQC)로 보안을 강화한 안면인식서비스를 시험해보고 있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향후 기업용 전용회선에서 나아가 유·무선 통신에도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또 고객군별 맞춤형 응용 서비스를 발굴해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성철 LG유플러스 유선사업담당은 "향후 양자컴퓨터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 핵무기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보안 체계보다 강력한 양자내성암호가 필요하다"며 "이번 양자내성암호 서비스 상용화 통해 LG유플러스는 양자정보통신 산업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 환경 및 산업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