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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노인요양 시장에 청년 벤처플랫폼 뜬다

정지성 기자
입력 : 
2022-04-11 17:25:31
수정 : 
2022-04-12 07: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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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니어연구소가 개발한
`스마일시니어` 솔루션 돌풍
33세 이진열 대표가 사업 주도

거동 불편한 노인 사는 집에
전국 55곳 방문요양센터 연결

온라인마케팅·행정자동화 등
IT기술로 영세센터 지원 `상생`
사진설명
"스타트업이 하는 비즈니스가 항상 영세사업자와 충돌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세 방문요양센터를 육성하면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는 '윈윈' 전략으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33·사진)는 11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이 아무리 온라인 마케팅과 정보기술(IT)에 능하다고 해도 보호자와 노인분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방문요양 시장에서는 개인사업자들의 '휴먼 터치' 역량이 꼭 필요하다"며 "서로 온·오프라인에서 강점을 발휘할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밝혔다. 최근 중개 플랫폼 사업을 벌이는 스타트업과 전통산업 종사자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스타트업과 전통산업이 함께 발전하는, 제대로 된 '윈윈 모델'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한국시니어연구소는 방문요양센터와 고객(요양노인 또는 보호자)을 연결해주는 서비스 '스마일시니어'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방문요양이란 거동이 불편한 만 65세 이상 노인이 집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전문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서비스다.

민간 사업자가 센터를 운영하지만 국가에서 85%(기초수급자의 경우 최대 100%) 비용을 예산(요양급여)으로 지원한다. 업계에선 방문요양, 데이케어센터(어르신유치원), 복지용구 등을 포함한 재가요양 시장 규모를 연 5조4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스마일시니어는 현재 전국 55개 방문요양센터를 파트너사로 확보하고 있다. 스마일시니어가 온라인 마케팅과 전화 상담을 통해 고객을 연결해주면 가까운 방문요양센터 직원이 방문해 대면 상담을 한 뒤 노인 돌봄을 맡는 구조다.

이 대표는 "마케팅 외에도 요양행정 자동화 솔루션 '하이케어'를 제공하고 센터장 교육을 통해 파트너사의 성장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들이 모두 'MZ세대'에 주목할 때 이 대표가 반대로 '시니어(노령 인구)' 시장에 주목한 데는 뼈아픈 사연이 있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원래 2013년 아이돌 팬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마이돌'을 창업했다가 2018년 사업을 매각하고 실버테크 산업에 뛰어들었다. 누적 다운로드 1400만건을 달성할 정도로 앱 인지도는 높았지만 수익 창출에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시 창업 아이템을 기획할 때는 첫 달부터 바로 매출이 날 수 있는 사업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방문요양 시장을 조사해보니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고, 우리가 가진 IT로 승부하면 바로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장들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으로 아직도 대부분 행정 업무가 수기로 이뤄지고, 오프라인 마케팅에만 의존하고 있었다"며 "온라인 마케팅과 디지털 기술 역량으로 시장의 문제를 곧바로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옥외 광고, 노인정 봉사 등 오프라인에 한정됐던 방문요양센터 마케팅에 전국 단위 온라인 마케팅을 도입했다. 그 결과 기존 개별 방문요양센터 상담 건수가 월평균 1~2건에 불과했던 데 비해, 스마일시니어는 현재 하루에만 평균 100건 이상 상담을 진행해 55개 파트너사와 고객을 연결하고 있다. 파트너사들의 월 매출 또한 스마일시니어와 손을 잡은 뒤 평균 50%가량 늘었다.

스마일시니어의 빠른 성장은 무엇보다 지역 요양센터들과 경쟁이 아닌 '협업' 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스마일시니어를 단순히 프랜차이즈나 중개 플랫폼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방문요양 시장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토털 실버케어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그는 "약 2만명의 국가 인증 요양보호사가 사용하는 구인구직 플랫폼 '요보사랑'을 인수해 운영 중"이라며 "센터를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료용 전동침대, 치매예방교구, 성인용 기저귀, 청결용품 등 유통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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