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시 규제혁신을 위한 100인 토론회 ‘규제풀GO! 기업날GO!’에서 오세훈(가운데) 서울시장이 혁신산업 관계자들과 손을 잡고 규제 혁파를 위한 민·관 공조체제를 다졌다. 김호웅 기자
■ 다시 뛰는 경제도시, 서울 - (2) 서울시 ‘규제혁신’ 100인 토론회 가보니…
“개발직군 밤새우는 게 예사인데
주52시간,업종특성 반영못해”
“자율주행 로봇, 자동차로 분류
보도서 통행 제한돼 활용 한계”
업체·전문가 규제개혁‘한 뜻’
“민간주도·정부조력 구조 돼야”
“지금은 혁신이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혁신기업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법률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민간이 자유롭게 혁신을 주도하고, 정부는 성장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 체계를 조성하는 ‘민간 주도-정부 조력’ 구조로 나아가야 합니다.”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오세훈 서울시장 주재로 주최한 서울시 규제혁신을 위한 100인 토론회 ‘규제풀GO! 기업날GO!’에 참석한 혁신산업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강조했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 혁신 기술은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핵심 무기인데, 한국의 기업들은 낡은 규제에 갇혀 생명력을 잃고 있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이었다.
이 자리는 서울시가 지난해 10월부터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핀테크 등 신산업 분야 혁신기업과 간담회를 가지면서 발굴한 핵심 규제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장이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혁신산업 기업가, 관련 협회·단체 관계자, 전문가 등 1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오 시장은 고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인수위원을 대동, 기업의 편에 선 ‘대변인’ 역할을 자처했다.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숨통을 조였던 규제들을 하나하나 토로했다. 다양한 기업의 목소리는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모아졌다. “이게 정말 필요한 규제냐?”
실제 ‘펫나우’는 사람 지문처럼 제각각인 반려견의 코 무늬를 활용해 반려동물등록을 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개발, 지난 1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규제 탓에 공신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등록은 내장형·외장형 인식칩 단 2가지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이 기업의 기술은 실적을 쌓지 못해 해외 판로 개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련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윤성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은 “개발 직군은 몇 날 며칠 밤을 새우기도 한다”며 “주 52시간 근무제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월이나 연 단위로 쓸 수 있도록 허용해 노동 환경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이사는 “신구(新舊) 산업 간 갈등조정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득권을 가진 구산업이 신산업을 견제하며 갈등이 촉발되고, 그 갈등이 명분이 돼 규제 개혁이 늦어진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근주 한국핀테크협회장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결제, 로봇이나 AI에 의한 자산관리 등 핀테크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통 금융 시대의 낡은 규제를 철폐하지 않고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환경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로봇 역시 규제에 발목 잡힌 대표 산업군이다. 이경준 한국로봇산업협회 본부장은 “자율주행 로봇은 카메라를 통해 차도와 인도 상황을 인지해 주행하는데 현행법상 해당 영상은 내부 저장은 물론 관제센터로의 외부송출이 불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외 자율주행 로봇은 현행법상 자동차로 분류돼 보도 등에서 통행이 제한되므로 활용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성 위드마인드 대표는 “지난 2020년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다수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가이드라인까지 있지만 산업계 전체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저 역시 해당 법을 지키고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며 “이에 반해 처벌은 강력하게 예고돼 있어 기업의 데이터 활용 의지가 꺾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서울시 역시 과도한 규제에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서울은 기업·대학·연구기관이 몰려 있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지만, 각종 규제에 묶여 해외 기업을 유치하거나 인재를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 시장은 서울을 세계 5대 금융도시로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수도권은 유치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에서 배제돼 있다. 이러한 규제가 서울의 경쟁력을 깎아내린다는 게 오 시장의 생각이다. 고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규제 혁파 의지가 강해 이와 관련한 여러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인수위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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