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투(빚 내서 투자)’ 확산으로 올해 1분기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이 직전 분기 대비 3%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등 장세로 늘어난 빚투가 증권사 수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용융자거래 이자수익이 높은 증권사들은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등으로 인한 미수금 손실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29곳이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얻은 이자수익은 3602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이자수익(3502억원)보다 2.86% 늘어난 것이다. 가장 많은 이자수익을 올린 곳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직전 분기 대비 6.84% 늘어난 588억760만원의 이자수익을 얻었다.

2위는 미래에셋증권으로 같은 기간 5.45% 늘어난 554억0677만원을 기록했다. 그다음은 삼성증권(545억865만원) NH투자증권(420억3917만원) 한국투자증권(315억6498만원) 등 순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가입한 대형증권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고객 금융부담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잇달아 낮췄다. 발단은 은행이 고금리 시기에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로 올린 막대한 차익을 성과급, 퇴직금 등으로 지급해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이었다. 증권사들도 신용거래융자에는 최고 금리 기준 10%대 이자율을, 투자자들 예탁금에는 저금리를 적용하면서 은행권과 함께 비판을 받았다.
비판 여론에 떠밀려 이자율을 내렸는데도 증권사 이자수익이 늘어난 배경에는 빚투 증가가 있다. 올해 들어서만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2.09%, 24.22% 올랐다. 이와 맞물린 빚투 열풍에 힘입어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급증했다. 연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 잔고는 각각 8조7742억원, 7조7568억원에서 16일 기준 8조9259억원, 9조6030억원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수익이 늘어난 만큼 미수금 증가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가급락 사태의 진원지인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하지 않았더라도, SG증권발 폭락 종목 등에 대해 신용융자를 제공했다면 담보가치 급락으로 손실이 커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증권사들은 빌린 돈을 갚지 못한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채권추심 청구가 가능하지만 급증한 미수금 규모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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