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열이 없는 곳에서 지금보다 적은 에너지로 어디든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흡착제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할 열에너지를 얻기 위해 폐열이 있는 곳에서만 사용해야 했다. 버려지는 폐열이 없는 곳에서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써야 했다.
고동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소량의 전기로 작동하는 탄소 포집기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동시에 대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포집·흡수하는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은 공장이나 대기에서 탄소를 포집한 뒤 이를 모아 땅 속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다른 기체는 통과시키고 이산화탄소와 결합하는 흡착제를 이용한다. 문제는 흡착제와 결합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따로 모으려면 열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공장의 폐열 같은 열에너지가 없다면 전기를 많이 들여 따로 열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전기 생산 과정에서 다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KAIST 연구진은 미세한 구멍이 있는 나노물질을 섬유형태로 만들고 이를 꼬아 흡착제로 만들었다. 흡착제는 전기가 잘 통한다. 전기만 공급하면 바로 흡착제의 온도가 올라가 이산화탄소를 분리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흡착제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정밀한 온도 제어가 가능하면서도 기존 시스템에 들어가는 열에너지보다 적은 에너지로도 작동이 가능하다. 전기를 연결하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번 탄소 포집 시스템은 하루에 1~3㎏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예상됐다. 연구진은 현재는 실험실에서 운영할 수 있는 정도로 작은 크기이지만, 포집량을 하루 1t 이상으로 대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물론 화력발전소, 시멘트 공장, 철강 공장 같은 산업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규남 박사과정 연구원의 창업 기업인 ‘소브’를 통해 상용화 수준의 크기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대기 오염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는 중요한 성과”라며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실제 환경에 적용할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