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설계한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다. ㈜LG 산하의 LG 인공지능(AI)연구원의 기술로 유망 종목을 선별한 금융상품이다. LG가 AI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상품을 설계한 첫 번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과 한국 핀테크 업체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가 손잡고 설계한 ETF ‘LG 크래프트 AI-파워드 US 라지캡 코어(LQAI)’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는 미국 증시에서 AI를 통해 설계한 ETF 네 개를 운용 중이다. 운용자산 규모는 2600만달러(약 340억원)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4600만달러(약 1920억원)를 투자받았다.

LG AI연구원과 크래프트테크놀로지가 설계한 AI 모델을 바탕으로 종목을 선별해 ETF 상품에 담았다. ETF는 자산의 80% 이상을 시가총액 100억달러를 웃도는 미국 대형주에 투자한다.

투자 종목은 100개다. AI 모델이 4주마다 ETF에 담을 주식과 비중을 바꾼다.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S&P500)을 넘어서는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AI 모델은 각 기업의 실적·재무 자료와 주식시장을 분석해 종목을 선별한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매체의 데이터도 활용한다.

LG는 이번 투자로 AI 사업 영역을 대폭 넓힐 전망이다. LG AI연구원은 올 들어 초거대 AI인 ‘엑사원(EXAONE) 2.0’을 개발해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엑사원 2.0은 글과 이미지, 음성으로 질문하면 맞는 결과를 문자로 보여주고 관련 근거 논문도 소개하는 AI 프로그램이다. LG는 엑사원 2.0을 신소재·신약 사업 등에 활용하고 있다.

LG가 이번 ETF 성과를 바탕으로 금융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지도 주목된다. LG는 2002년 LG카드(현 신한카드)를 매각한 이후 금융업에서 손을 뗐다. LG 관계자는 “금융업 진출은 아니다”며 “AI 모델을 점검해보는 정도”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