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자왕리 일대 수박 재배 비닐하우스 속 수박이 침수 피해로 진흙탕 속에 널브러져 있다. /뉴스1

경기 이남 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농가 피해가 커지면서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폭우로 농가들이 수확 작업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면서 출하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부 품목의 도매가격이 하루 만에 60% 급등하는 등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업·유통업계에선 초장기 장마로 농산물 작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추석까지 농산물 물가가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과와 복숭아 등 주요 과일의 재배 면적이 줄어든 상황에 초장기 장마로 일조량이 부족한 데다 낙과 피해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올가을 ‘상품’(上品) 과일은 ‘부르는 게 값’일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애호박 도매가격은 2만4460원(50개 기준)으로 전일(1만4980원) 대비 63% 올랐다. 오이는 37%, 적상추는 35%, 시금치는 20% 가격이 올랐다. 제철 과일인 수박과 복숭아도 각각 18%, 13% 가격이 올랐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급등한 건 집중 호우로 농작물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18일 오전 6시까지 3만1064.7헥타르(ha)의 농작물 경작지가 풍수 피해를 입었다. 침수 피해가 3만319.1ha, 낙과 피해가 86.4ha, 유실·매몰 피해가 659.2ha 발생했다.

지난해 풍수해 피해 면적은 4441ha 규모다.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9일 동안의 풍수 피해가 작년 한 해 동안 풍수해의 7배에 달하는 셈이다.

앞으로도 문제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올 여름철 집중호우는 당분간 지속될 상황이다. 다음 주까지도 장마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8월에도 호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풍수해는 농산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수확 중단으로 인한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침수와 낙과로 농산물의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마 이후 병충해가 확산 가능성도 있다.

16일 오후 충남 논산시 성동면 원봉리 일대가 논산천 제방 유실로 침수되고 있다. 논산시는 지난 13일부터 누적 강수량 357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주택과 농경지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뉴스1

심지어 올해는 예년보다 사과와 배, 복숭아 등 주요 과일의 재배 면적이 줄어 생산량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비 피해는 가격 급등을 불러올 요인으로 거론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5일 발간한 ‘7월 과일 관측정보’에 따르면 올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보다 17.3%, 배는 21.1%, 복숭아는 10.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과의 경우, 개화기 주요 사과 산지에 저온과 서리, 우박 피해로 흠 있는 과일이 많아졌다고 농경연은 설명했다. 배 역시 봄철 저온 피해로 평년 대비 생육이 부진한 상황이다. 복숭아도 개화기 저온 피해와 6월 상순 우박 피해로 생육이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껍질이 다른 과일에 비해 무른 복숭아는 강우로 인한 세균구멍병 피해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반기 물가 변수로 기후를 꼽았던 물가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장마나 태풍으로 인한 풍수해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2011년에는 100년 만의 폭우로 신선식품 물가가 9.0% 오르며,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4.7% 오르기도 했다.

정부는 비축 물량의 시장 방출을 확대 등 물가 안정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예정됐던 농식품 수급 상황 확대 점검 회의를 하루 앞당겨 19일 개최하기로 했다”며 “한훈 차관 주재로 농협과 농산물유통공사, 유통업체 등이 참석해 호우 피해와 농축산물 수급 상황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